이 집에 이사 온 지 벌써 5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는데, 매년 크고 작은 공사를 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
이사를 오기 직전에는 낡은 화장실과 좁은 싱크대 공사를 했고, 창문을 닫고 한 달 넘게 여행을 다녀왔더니 거실에 곰팡이가 피어서 거실 장판을 다 뜯어 낸 일도 있었다.
그다음 해에는 곰팡이가 방에도 생겨 곰팡이 공사를 또 했고, 또 그 다음 해에는 옥탑방 바닥이 문제가 생겨서 바닥 공사를 했고,
올해는 옥탑방 지붕에서 물이 새서 지붕공사를 할 예정이다.
왜 이렇게 집에 문제가 많냐고 한다면, 그냥 우리가 이런 집을 골라 서지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여하튼 우리는 조금이라도 특이한 구조의 집을 원했고, 옥탑방 같은 방하나를 더 쓸 수 있는 이 집 구조가 마음에 들어 살게 되었다.
남편이 총각 시절에 살았던 원룸에서 복층 구조의 집은 위층을 잘 활용하지 못한다는 깨달음을 얻었음에도 그 교훈을 까맣게 잊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만 것이다.
무릎이 슬슬 아프고 윗 방에 올라갈 일이 점점 사라지자 그 방은 창고로 쓰이기 시작했다.
철 지난 옷이며, 책들, 박스, 여행가방 등 처치 곤란한 물건들은 죄다 올려버리고 문 닫고 올라가지 않고 살았다.
올해 장마가 심했을 때 옥탑방의 지붕 도배지가 불룩하게 물을 머금고 있는 것을 보고 올해도 무사히 지나긴 틀렸구나 싶었다.
계속 이어진 장마에 추석까지 겹쳐 공사날짜를 계속 미루다가 이번 주에 공사를 하기로 했다.
문제는 창고로 쓰이던 그 방을 공사를 할 수 있도록 치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이고, 그 많은 물건을 언제 치우나...
쓰레기 봉지를 들고가서 버릴 물건 들을 추리고
책장에 있던 책들을 피신 시키고, 널브러진 옷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불현듯 살림을 산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일이구나 싶었던 적이 있다.
손톱을 깎으려고 서랍을 열었는데 집에 손톱깎이가 3개가 있는 거다.
'남편과 나 둘이 사는 집에 손톱깎이가 3개나 있구나~' 어릴 때 우리집에 식구가 6명이라 손톱깎이가 3개 있는 게 납득이 됐었는데,
둘이 살아도 손톱깎이는 3개가 필요한 것인가!!
몇 명이 살든 살림집이면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건이 A-Z까지 다 갖춰져야 하는구나 깨닫는 순간 집집마다 채워진 물건의 가짓수를 가늠해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었다.
그래서 되도록 지금 상태에서 더 수납장을 늘리지 않고 수납공간에 들어가질 못할 물건은 되도록 사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그렇게 안사고 비워내고 또 비워내도 물건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어제부터 시작한 정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제일 큰 함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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