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가면 책 읽는 사람들이 주는 편안한 느낌이 있다. 딱히 살 책이 없더라도 산책길에 괜히 서점에 들러 테이블에 앉아서 책을 읽는 사람들을 구경하곤 한다. 그리고 책을 몇 권 뒤적이다가 서점을 나와 산책을 이어나간다.
우리 동네에는 두 개의 중대형 서점과 골목골목 작은 서점들이 여러 군데 있다.
그날 기분에 맞춰 어느날은 대형서점에 어느 날은 작은 서점으로 기웃거리는 나에겐 방앗간 같은 곳이다. 그중 한 군데 중대형 서점인 홍대 북스리브로 서점이 10월11일 영업을 종료했다.
올해 홍대 정문 쪽에 있던 YES24 중고서점이 문을 닫고 지난주 유니클로 매장 건물에 있던 북스리브로 서점까지 문을 닫았다.
몇 달 전부터 서점을 내려가는 길 지하 1층의 의류매장들이 하나둘씩 가게를 빼더니 얼마 전부터는 지하 1층은 텅 비어 불이 꺼져 있었다.
꺼진 불을 보고 손님들이 발걸음을 돌릴까봐 서점 영업을 안내하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더랬다.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서점에 들러 앞부분을 읽어보고 계속 읽고 싶어 지면 인터넷으로 책을 구입하곤 했다. 얼마 전 관심 있는 책이 있어서 북스리브로에 갔을 때 책장에 책이 많이 비어 있는 것을 보고 신작들로 바꾸려는 모양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돌아왔었는데 이렇게 영업 종료 연락을 받으니 아쉬운 마음이 크다.
중고서점도 갑자기 사라져 인터넷으로 구입해야 했었는데 이제 홍대에 남은 대형서점은 한 군데뿐이다. 이마저도 사라지면 책의 실물을 보기 위해서는 합정까지 가야 하는 일이 생긴 거다.
절대 죽지 않는 상권이라고 말해왔던 홍대에도 올해부터 이상 기류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홍대 정문 쪽으로 산책을 나가면 임대문의 안내를 걸어 놓은 빈 상점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흥행실패는 없을 거 같았던 우리 동네도 코로나 여파는 피해 갈 수 없었던 모양이다.
빈 가게가 늘면서 산책 코스를 바뀌기 시작했다. 개성 있는 가게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던 산책 루트도 수정이 필요해졌다.
많은 가게들이 올해 문을 닫아서 참 안타깝지만, 서점마저 문을 닫으니 더 마음이 좋지 않다.
내년이면 다시 북적이는 동네가 될 수 있을까?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다시 서점이 문을 열 수 있을까? 서점들이 사라지고 결제를 하지 않으면 책의 실물을 볼 수 없는 세상이 올까봐 무섭다.
'그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last week of Feb 2021 (0) | 2021.02.27 |
---|---|
일상 - 비워도 비워도 계속 나오네 (0) | 2020.10.22 |
그림 그리기 - 도구 소개 (1) | 2020.09.29 |
그림 - 습관 만들기 (0) | 2020.09.28 |
그림 - 시작은 항상 보잘것 없다. (0) | 2020.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