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첫 직장은 잡지를 만드는 회사와 같이 있었다.
사회 초년생인, 내 눈에 비친 그들의 모습은 꽤나 충격적이 었는데,거짓말 조금 보태서 거의 매일
야근에 정기적인 철야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빠져나올 수 없는 무한 루프 속에 갇혀 있는 한 무리의 좀비 집단 같았다.
이걸 매 달 똑같이 한다고?
그 당시 친하게 지내던 기자님께 했던 말이다.
그날 나는 절대 잡지회사는 들어가지 말아야지..
속으로 다짐을 했다.
6.01 ~ 6.30
컨셉진의 6월 한 달의 모습은
그들과 다른지 어디 한 번 들여다보자.
한 권의 잡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마감을 위해 매달 그들이 해내고 있는 일을 날짜 순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기획-표지-취재-원고 작성-디자인-교정교열-인쇄
딱 그 타이밍에 각자 맡은 일을 해야만 한 권의 잡지가 나오게 된다. 꼼수도, 지름길도 없이 매달 성실하게 해내야만 하는 숙명 같은 일이다.
서랍 = 나
생일파티 물품으로 서랍 하나가 가득 차 있다.
이 분은 사무실 막내이거나 사내 친목 분위기를
담당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인가 보다.
정말 직원들 서랍 속에 이런 물건들이 있다면
적어도 이 회사 일하는데 소소한 재미는
있어보인다.
업무 중 직장 동료의 서랍을 열어 볼 때는
스테이플러 빌릴 때 뿐이었는데,
허락된 염탐을 하자니 묘한 기분이 든다.
내 사무실 책상 속에 무엇이 있냐면,
영양제(살기 위한 몸부림), 칫솔치약, 스케줄러,
필기구 등 누가 열어봐도 문제 될 것이 없는 것들로 채워져 있었다.
항시 회사를 떠날 수 있도록 짐도 최소한으로 두고 생활했었다.
사무실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표출할 수 있는 곳이 서랍이라면, 나는 엄청난 미니멀리스트라고 할 수 있겠다.
82번째 영감
바닥에 적힌 날짜가 마감에 가까워 질수록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로 뒷 목이 뻐근해진다.
각 부서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 내는 것은
다른 회사와 다를 바가 없다.
다만, 이들이 만들어내는 것은 매달 다른 주제로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질문을 해야 한다는 거다.
우리는 컨셉진의 한 달을 구경했을 뿐이지만,
그들은 이 과정을 82번이나 해냈고,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
나도 매일 그림을 그린다.
오늘은 또 뭘 그릴까 고민을 한다.
밖으로 나가기 힘든 요즘은 더욱 더 일상 속
영감을 줄 수 있는 것들을 찾는 방법에
대해 생각이 많다.
매달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질문을 고민하고,
그걸 만드는 사람들이 즐겁게 일하고
적어도 그 주제를 다루는 한 달간은
그 주제에 맞춰서 생활해 보자고 하는 진정성이
있는 잡지인 거 같다.
전시회 정보
기간 : 2020년 8월 25일 ~ 9월 27일
장소 : 오브젝트 홍대점 1층 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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