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런 말 할 사람은 못된다는 거 잘 알고 있다.
일주일에 우리 집에서 배출하는 쓰레기 양을 생각하면 나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그냥 움직이는 쓰레기 생산자라고 불러도 하나 이상 할 게 없다.
어느 날 팟캐스트를 듣다가
메일함에 쌓여있는 ‘읽지 않은 메일’들 때문에
환경이 오염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메일함 때문에 환경이 오염 된다고?????
나의 메일함을 소개하자면 가입 이래로 정리를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휴대폰 어플 위에 떠있는 숫자들이 '99' '99' '99' 여기저기 손들고 자기를 봐달라고 외쳐대도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는 무심함의 소유자인 내가 메일함의 숫자들이라고 눈여겨볼 턱이 없다.
하물며 직장 메일함도 아니고 개인 메일함인데
기껏해야 대출, 광고, 스팸, 결제 알림 등 재미없고 급하지도...
심지어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
메일들을 열어 볼 일은 더더욱 없었다.
"내가 읽지 않은 메일들 때문에 환경이 오염되고 있다고??"
이게 무슨 얘기인고 하니...
메일들의 메모리 저장을 위해 냉각장치 사용에
하루 종일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못 본체 지나쳐온 나의 메일함 읽지 않은 메일 숫자들이 이렇게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MBTI, 별자리, 혈액형, 손금 등을 총동원해 이 모든 원인은 나의 성격 탓 이다.
소름 끼치게도 내가 어떤 유형의 성격인지도 기억 못 하는 이 시점에서도
그 엄청난 숫자들을 이제껏 방치한 건 순전히 나의 성격 탓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자리에 앉아서 메일함을 지우기 시작했다.
지우고.... 지우고.... 또 지우는 대도
메일이 끝도 없이 나왔다.
게으르고 무심한 나 자신 반성하자..
한 시간 안 걸려서 메일을 다 지운 것 같다.
이 정도 수고는 양심있는 지구인이라면
기꺼이 해야지..
두 식구가 배출하는 쓰레기량을 줄이는 건
아직 좀 더 시간이 필요하지만,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한 번은 로그인해서
들어가는 사이트라면
잠시만 시간을 내서 불필요한 메일들은 그때그때 정리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환경을 지키는 작은 습관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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