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감

전시 - 어이 주물씨, 왜 목형씨

by 아무데이즈 2020. 11. 3.
300x250

 

 

 


나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라는 예능을 좋아한다.

길에서 무심히 지나쳤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사는 온기를 느끼게 해주는 프로.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건 시간낭비라고 생각하기 쉬운 요즘, 그래도 사람 사는게 그런 게 아니라며, 잊고 지낸 정을 느끼게 해주는 따뜻한 예능이다.


이어폰으로 귀를 막고 앞만 보고 걸어가며 지나쳤던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각자의 이야깃거리가 있고,

그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어느새 잘 알고 지낸 사람이었던냥 감정이입되어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렇게 타인의 이야기는 내 이야기와 닮아있어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지.' 하고 끄덕이게 되는 프로.

 

 

 

을지로 좁은 골목길에도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

맛있다고 소문한 어느 노포를 찾아가는 길에 지나쳤던 공업사들,

SNS에 올릴 사진 한 장 건지러 힙지로 가던 길에 지나쳤던 가게들 안에도 사람들의 이야기는 현재 진행중이다.

 

그분들 입장에선 업무시간을 방해하며 정신 사납게 동네를 휘젓고 다니는 뜨내기 이거나

매일 가던 식당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점심시간을 훼방 놓는 불청객일 테니,

본인들 스스로를 을지로라는 거대한 영화 세트장에 소품처럼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연남동이 한참 떠오르던 몇 해 전에 그 한복판에 살았을 때, 우리 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나 또한 누군가의 사진 속 배경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언제 사라질지 모를 서울의 한 장면을 기록하기 위한 전시.

 

MJ KIM(김명중) 사진작가와 배달의 민족은 함께 '을지로와 그곳 사람들을 담은 사진전'을 통해

을지로에서 수십 년간 자리를 지켜오신 33명의 장인들의 이야기와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 기록한 전시이다.

 

배달의 민족이 한글날 발표한 '을지로 10년후체'의 제작과정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도시와 사람, 글자에 대한 관계를 조명한다는 취지로 기획된 전시여서 배달의 민족의 특유의 키치 한 감성과 비주얼 아이덴티티도 함께 느낄 수 있는 전시였다.

간판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서체로 채워진 전시장, 자막, 굿즈 등도 을지로라는 공간적 특징을 잘 표현해주는 전시 요소였다.

 

 

 


그곳을 오랫동안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진과 영상 글로 담담하게 풀어나가는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장인들의 어색한 표정과 말투의 인터뷰 장면도 한 편의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까지 하다.

을지로에서의 모든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장인들의 삶이 이뤄지듯 하루하루를 묵묵히 살아내는 모든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도 각각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전시였다.

 

 

 

 

전시안내

 

전시 - 어이 주물씨, 왜 목형씨

기간 - 2020.10.24 ~ 2020.11.02 (현재 종료됨)

장소 -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관

 

 

728x90